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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로 백내장 제거 후 눈 속에 다초점렌즈 삽입
안경·돋보기 쓰지 않고도 일상생활 큰 불편 없어
각막·망막 등 수정체 외 이상 땐 효과 기대 못해
우리의 일상은 아침에 눈을 떠 잠에서 깨는 순간부터 밤에 눈 감고 잠들 때까지 하루 종일 끊임없이 뭔가를 본다. 보지 않고 사는 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눈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감각기관이며, 시각은 미디어시대를 사는 현재 필수적인 요소이다. 누구나 눈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눈을 혹사하는 환경으로 자꾸 변하고 있으며, 과도한 눈 사용은 눈의 피로나 노화 및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게임기나 유튜브 시청에 빠진 어린 아이부터 책이나 인터넷 강의 시청에 고생하는 학생, 컴퓨터 모니터나 휴대폰에 집중하는 어른까지 오랜 시간 우리 눈은 화면의 반짝임에 시달린다.
예전엔 나이 들어서 생긴다고 알려진 백내장, 녹내장, 노안 황반변성 등의 눈 질환이 점차 젊은 사람들에게서도 발생하는 까닭도 어쩌면 너무 과도한 눈 사용을 요구하는 생활 속에 우리 눈이 점점 빨리 지치고 늙어버리고 닳아버리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할 수 있다.
수술이든 약이든 젊고 건강한 시절로 몸을 되돌릴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 오늘날은 의학 발달로 고장 난 몸의 많은 부분을 인공 대체품으로 바꿀 수 있는데, 인공관절·인공수정체·임플란트 등이 이미 상용화되고 보편화됐다. 필라멘트가 끊어진 전구를 새 전구로 바꿔 끼우는 식이다.
수정체는 스스로 두께를 조정해 우리가 보고 싶은 물체의 상을 눈 속 망막신경에 정확히 맺히게 조절해주는 바둑알처럼 생긴 눈 속 부위다. 인공 수정체는 말 그대로 수정체를 대체하는 렌즈로, 주로 백내장수술에서 백내장을 제거한 눈 속에 삽입한다.
1950년대 유리렌즈를 발명해 지금까지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해 최근에는 다초점 기능이 추가돼 백내장 치료뿐만 아니라 노안수술에까지 널리 쓰이고 있다. 백내장 때문에 안 보이던 눈이 다초점 인공 수정체 백내장수술 후에는 멀리든 가까이든 잘 보인다. 그것도 안경이나 돋보기를 쓰지 않고도 말이다.
누구나 오는 노안이라지만, 노안이 불현듯 찾아오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평생 안경 한 번 안 쓰고 눈 좋다고 자부하던 사람도 거울 속 얼굴이 안 보여 화장이 어렵고 카톡 문자가 안 보이며, 모니터 화면이, 영수증이, 통장의 숫자가, 설계도면이, 손톱 등이 흐릿하고 번져 보여 눈에 힘을 줘 보지만 주름만 는다.
과거엔 중년에 노안이 생기면 으레 돋보기를 썼지만, 요즘엔 늙었다는 게 표 난다며 싫어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나이 많은 사람도 안경은 큰 핸디캡인 양 여긴다.
돋보기를 쓰지 않고 다시 가까이를 보고 싶은 바람은 다초점 인공 수정체 노안수술에서 가능성을 찾았고, 점점 노안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노안수술을 문의하는 사람이나 백내장수술과 동시에 다초점 인공 수정체를 삽입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인공 수정체는 크게 단초점 렌즈와 다초점 렌즈로 분류하며, 다초점은 이중 삼중 사중초점 렌즈로 다시 나눈다. 잘 보이는 거리가 원거리, 중거리, 근거리 등 잘게 나눠질수록 다중초점 렌즈가 된다. 단초점은 안 좋고 다초점은 좋은 렌즈라든지, 무조건 다중초점 렌즈가 좋다는 인식은 잘못된 생각이다. 예를 들면 렌즈의 성능은 모두 100이지만, 단초점은 일정거리에 100을 모두 쓰지만 다초점은 총 100을 원거리 50 근거리 50 정도로 나눠서 보게 만들었을 뿐이다. 다초점 렌즈라고 해 원거리 100, 근거리 100, 합이 200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만 50으로 보아도 일상생활은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초점 렌즈의 장점은 확실하다.
주변에 다초점 인공수정체 수술을 하는 사람도 이미 많아졌고, 노안 치료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면서 다초점수술을 생각하는 사람도 점차 늘고 있다.
그러나 너무 좋은 점만 강조하고, 기대하는 심리도 경계해야 한다. 요즘 어렵지 않게 SNS에 노안수술 모집광고를 볼 수 있는데, 상담신청하고 견적을 받으라는 내용이다. 안과 의사들은 경쟁적으로 보험 가입만을 유도하는 듯해 우려가 앞선다는 입장이다. 눈이 불편한 사람을 상대로 장삿속을 내세워 돈만 벌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병원도 환자도 노안수술을 너무 쉽게 생각할까 우려한다.
김안과 황범눈 진료부장이 환자의 눈을 살피고 있다./김안과/
김안과 황범눈 진료부장이 환자의 눈을 살피고 있다./김안과/
모든 수술은 합병증 위험이 따르고 돋보기만 안 쓸려고 수술했는데, 돋보기와 원거리 안경까지 덤터기로 써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수정체의 기능을 대체할 뿐, 각막이나 망막 등 수정체 외 눈의 다른 부분에 이상이 있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수술에 관심이 있다면 전문병원에서 정밀검사로 수술 가능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다초점 렌즈수술은 20대의 건강한 눈으로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신의 솜씨를 흉내 낼 수 있게 해줬다. 모두는 아니지만 대다수는 안경 없이 운전이나 운동, TV나 휴대폰, 모니터도 불편 없이 보며 수술효과를 누릴 수 있다.
수술은 수술 전 충분한 상담을 통해 장단점을 인지하고, 정밀한 검사를 통해 신중히 결정해야 하며, 환자나 의사 모두가 만족스런 결과를 위해 서로 노력이 필요하다.
정오복 선임기자 obokj@knnews.co.kr
도움말= 김안과 황범눈 진료부장